데쿠캇으로 빌런 미도리야와 넘버원 히어로 바쿠고.
미도리야는 빌런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딱히 악행을 저지르는 건 아님. 오히려 올마이트의 뒤를 이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빌런으로 분류된 이유는 그가 자격증 없이 히어로 활동을하고 있기 때문. 공식적으론 범법자이기 때문에 체포대상이지만 세간의 인식이 미도리야에게 우호적이라 쉽게 잡을 수가 없다. 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도리야는 실력에서 너무나 압도적이라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음.
어느 인터뷰에서 넘버원 히어로인 바쿠고는 미도리야를 반드시 잡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로 인해 넷상에선 욕을 좀 먹었다. 바쿠고의 팬들은 히어로가 범법자를 잡는 건 당연하다고 악플러들을 욕했고, A반의 급우들은 그가 미도리야를 되돌리기 위해 잡으려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보다 조금 더 바쿠고와 가까웠던 친구들은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있었기에 바쿠고가 미도리야에게 집착한다고 생각했음.
아무튼 적어도 바쿠고 본인은 왜 미도리야를 잡으려 하냐고 물으면 "쳐죽이기 위해서."라는 대답 뿐.
미도리야와 바쿠고는 2학년이 끝날 무렵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미도리야가 바쿠고에게 고백하고, 바쿠고가 그를 받아줌으로써 일주일동안의 짧은 행복을 누렸음.
올마이트가 살해당한 것은 이 무렵. 직후 미도리야는 실종되고, 학교에서는 몇 달이나 그를 찾았으나 끝내는 사망퇴학 처리됨.
이 때 A반 학생들은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망처리 시키냐고 반발했으나 당시의 법 규정이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었음. 다들 바쿠고의 눈치를 살폈으나 의외로 그는 아주 침착했다. 그는 여느때처럼 화내고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음.
아무튼 그렇게 웅영을 졸업하게 됨. 바쿠고는 졸업하자마자 히어로 활동을 시작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최고의 히어로로서 인정받게 됨. 동시에 그 무렵부터 미도리야 역시 자격증없는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게 됨. 아니, 사실은 더 오래전부터 그래왔겠지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게 이 쯤이었음.
이 즈음에 사실 키리시마는 바쿠고가 자신보다 미도리야가 더 주목받는게 화가나서 미도리야에게 집착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넘버원 히어로로 인정받으면 그 집착을 버리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조금은 내려놓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음.
그러나 넘버원 히어로의 타이틀을 땄을 때 바쿠고에게 이제는 미도리야를 좀 잊어도 되지 않겠냐고 떠보자, 바쿠고는 감흥없는 말투로 "이제 겨우 시작인데 무슨." 이라고 대답함. 그제야 키리시마는 넘버원 히어로가 바쿠고의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한 수단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음. 구체적으로 뭐가 위험한진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랬음.
바쿠고가 넘버원 히어로에 오르고 거기에 명예, 권력까지 손에 넣어갈 동안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다. 바쿠고의 인터뷰로 시끌했던 일, 공식적인 넘버원 히어로는 바쿠고지만 넷투표로는 미도리야가 1위 결과가 나온 일, 또 그걸 두고 사회 정의에 관해서 토론이 벌어졌던 일 등등.. 그렇게 미도리야의 팬과 바쿠고 팬과의 갈등이 심해질 무렵에 사건이 터짐.
미도리야가 일반인을 살해한 것.
이 사건으로 인해 바쿠고의 팬들은 범법자는 결국엔 범법자일 뿐이라고 비웃었다. 초기에 미도리야의 팬들은 뭔가의 오해가 있었을 거라며 편중된 국내 여론을 비판했지만, 몇 번이고 같은 사건이 더 발생하자 결국 등을 돌림.
바쿠고는 이 때부터 정말 악착같이 일했다. 이 전에도 줄곧 노력해오긴 했지만 미도리야의 평판이 땅에 쳐박히고 난 후에는 더더욱. 누군가는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욕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바쿠고가 낸 실적은 이번에야말로 그를 진정한 넘버원 히어로로 칭송하기에 충분했음.
그리고 드디어 미도리야 체포 작전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날, 바쿠고는 그 선두를 맡음. 이러니 저러니해도 미도리야와 정면으로 대적할 수 있는 건 바쿠고 뿐이었기에.
미도리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곳을 경찰과 히어로들이 둘러싸고 선제공격을 감행하려던 차에 미도리야가 놀란 기색도 없이 건물 밖으로 나옴. 한 손에는 시체로 추정되는 뭔가가 들려있었음.
가장 앞에 있던 바쿠고 역시 그런 미도리야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건 왜 들고나왔어? 누구 보여주려고?" 라고 조롱함.
직후에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격돌한다.
경찰과 히어로는 지원 병력으로 온 입장이었지만 둘의 싸움이 워낙에 압도적인 탓에 별 도움은 되지 못함. 오히려 격투에 휘말려 피해를 입는 쪽이었음.
아이러니한 건 바쿠고가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미도리야에게 달려든 것과, 미도리야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고 신경을 썼다는 것. 경찰과 히어로측은 바쿠고에게 미도리야 제압을 맡기고 피해가 닿지 않을 범위까지 후퇴한다.
문답무용으로 덤비던 바쿠고는 듣는 귀가 사라지자 입을 열기 시작함.
"꼴 좋네 평화의 상징."
"올마이트의 뒤를 잇는다더니, 너는 결국 이 꼴이지."
"기분이 어때 히어로?"
거의 다 대답을 바라지 않는 혼잣말이었기에 미도리야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바쿠고의 조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자 결국 대답할 수 밖에 없었음.
"나는 평화의 상징이 아니야."
"올마이트의 뒤를 이은 것도 아니야."
"히어로는 너잖아, 캇쨩."
그 순간 바쿠고의 눈빛이 변하고, 그가 날린 일격에 유효타를 먹은 미도리야가 바쿠고와 거리를 벌린다.
눈빛이 변한 것 치고 바쿠고의 표정은 굉장히 싸늘했음. 미도리야 뿐만 아니라 바쿠고 역시 미도리야에게 여러번의 공격을 맞고 군데군데 부상을 입었지만 바쿠고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음.
바쿠고의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싸움이 더 길어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미도리야가 다시 자세를 잡음. 바쿠고도 아무 말 없이 미도리야에게 다시 달려든다. 거리는 좁아졌지만 별다른 공격모션은 취하지 않는 바쿠고에게 미도리야가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음.
"와타나베 히로시(모브), 기억해?"
당황한 미도리야의 자세가 흐트러지자 바쿠고는 폭발을 실은 주먹으로 미도리야를 날려버린다. 날아가자마자 바로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긴 했지만 미도리야는 당황을 감추지 못한 채였음.
"캇쨩.. 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이름만 아는 줄 알아? 그 밖에도 많이 알지. 네놈이 제일 처음 죽인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그만해."
"올마이트 살인범이라는 것도 알고."
미도리야는 냉기가 자신의 온몸을 지배하는 걸 느꼈음.
"캇짱, 어디까지 알고있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뭘 어쩔 셈이야?"
"네가 제일 싫어할 짓을 할 거야."
"그러지 마."
"죽었으면 입닥쳐. 넌 법적으로 이미 뒤진 놈이야."
그 순간 위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남. 바쿠고의 병력 지원을 위한 헬기였음. 미도리야가 한 순간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바쿠고는 미도리야에게 치명타를 입힘. 그리곤 피를 토하는 미도리야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림.
"이걸론 안되지. 난 아직 덜 끝났어."
"...제발 그만둬 캇짱."
"못알아들어? 덜 끝났다고. 이렇게는 안돼."
그러곤 바쿠고는 위에 떠있는 헬리콥터를 바라봄.
"지원용 헬긴가.. 방송국의 머저리들이 보낸 거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바쿠고는 별로 아쉬워 보이지는 않았음.
"저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 그리고 내가 말하는 장소로 나와. 이건 명령이고."
"........."
"저걸 어떻게 탈지는 네 선택이야. 어쩔래? 알아서 타겠다고 하면 보내주고.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널 저 헬기에다 던져버릴 거야. 그렇게되면 저기 타고있는 놈들은 다 뒤지겠지. 자, 선택해."
말이 선택이지 답은 정해져있었음.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란 것도 알았음. 그렇기에 미도리야는 헬기를 타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음.
바쿠고가 눈속임용 폭발을 일으키며 미도리야에게서 멀어진 순간 미도리야는 도약으로 헬기 위치까지 뛰어올랐고, 그대로 헬기 문을 뜯어 빼앗는데 성공함. 안에 타고있던 사람들은 기절시킨 후 나중에 헬기와 함께 풀어줬음.
미디어에선 미도리야 체포작전이 실패로 끝났으며, 경찰 측에서 괜히 업적을 남기겠답시고 헬기로 서성거리다 도망칠 여지를 줬다며 비난의 내용을 보도함. 여론이 뭐라 떠들든 바쿠고는 신경쓰지 않았음.
그리고 이 무렵 바쿠고를 걱정해 찾아온 키리시마와 짧은 대화가 있었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바쿠고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없는 폐건물에서 미도리야를 만남. 마지막에 큰 부상을 입혔건만, 미도리야는 멀쩡해진 모습이었음. 바쿠고는 여전히 이마에 거즈를 붙이고 있었는데. 미도리야의 괴물같은 회복력에 바쿠고는 혀를 차며 욕함.
그런 바쿠고를 보는 미도리야는 굳은 표정이었음. 지친 것 같기도 하고, 화나 보이기도 하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초조해 보이기도 하고.
"여기에는 왜 불렀어? 캇쨩."
"오랜만의 재회니 서로 할 말이 많잖아? 지난 번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무슨 할 말."
"네가 죽인 놈들."
"........"
"- 에 대해선, 별로 관심없어.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바쿠고는 미도리야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usb를 빙빙 돌림.
"너한테 중요한 건 내가 앞으로 뭘 할건지 아니겠어?"
"...뭘 할 건데."
"이걸 발표할 거야. 내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usb의 내용은 미도리야가 이제까지 죽인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있었음. 올마이트를 죽인 실행범, 공조자들, 명백한 살인자인데도 미흡한 증거와 법으로 인해 풀려난 사람들에 대해서.
2학년이 끝나던 무렵. 미도리야가 올마이트의 후계자로서 결의를 다지던 때,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사귄지 겨우 일주일이 됐을 때, 그리고 올마이트가 빌런의 잔당들에게 살해당했을 때. 그 범인들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그 때 미도리야는 분명 선택의 기로에 있었음. 올마이트의 뒤를 이어 평화의 상징인 히어로가 될 것이냐? 아니면 히어로를 포기하고 올마이트의 복수를 할 것이냐.
미도리야는 후자를 선택했다.
미도리야는 올마이트 살인범들을 죽였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빌런들을 잡았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했으며 재난 현장에 뛰어들어 복구를 도왔음. 행운인지 불행인지 미도리야가 죽인 살인범들은 사고에 휩쓸려 죽은 것으로 처리됐음. 미도리야가 그들의 시체를 남겨둔 건물이 빌런의 짓으로 무너져버렸기 때문에.
미도리야는 진실을 밝히려 했으나 그는 법적으로 사망한 사람이었기에 목소리를 낼 입이 없었음. 그는 히어로이기를 포기했으나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의지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기에 때때로 치고 올라오는 울분을 억지로 참으며 히어로 활동을 지속했음. 자격증이 없기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 였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음.
미도리야는 사람들을 구했고, 숨어서 바쿠고를 지켜봤으며, 그가 넘버원 히어로가 된 것을 축하했음. 때때로 바쿠고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만 뒀음. 바쿠고가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과 함께,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했음.
그런데 미도리야가 '올마이트의 뒤를 이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었음. 미도리야는 정말로, 그런 걸 전혀 바라지 않았음.
자신은 올마이트의 힘을 물려받고도 히어로로서의 긍지도 버린채 복수에 힘을 썼음. 이미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힌 자신이, 그저 눈에 띄는 좋은 일 몇가지 했다고 평화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걸 견딜 수 없었음.
그래서 범행을 드러냈음.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살인자, 법적으로 일반인인 사람들을 죽여서.
세간에선 이미 죽은 자들이 어떤 살인자였는지 밝힐 수단이 없었으므로 미도리야는 이번에야말로 명실상부 살인자로 낙인찍힘.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더 이상 자신이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지는 않을 테니.
모든게 괜찮아 지리라 여겼음.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힌 자신은 살인자로 불리고, 바쿠고는 진정한 넘버원 히어로로서 인정받고.
"이 usb 안에는 네가 죽인 놈들 뿐만 아니라 네놈에 대해서도 들어있어. 네가 웅영에 입학하고 사라지기까지의 기록, 너와 올마이트의 기록."
"........."
"이걸 미디어에 뿌릴 거야. 그래서 네놈이 올마이트의 후계자라는 걸 밝힐 거야. 네놈이 올마이트의 이름을 이었다는 걸 밝힐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야."
"말했잖아. 네가 제일 싫어할 짓을 할거라고."
"나는 이미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혔어. 올마이트의 이름까지 더럽힐 수는 없어. 캇쨩."
"알게 뭐야. 엿이나 먹어."
그 순간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눈 앞으로 뛰어든다. 바쿠고는 언제고 미도리야가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지만 시야에서 놓쳐버리고 맘. 그래도 본능적인 수준의 방어로 치명타를 입는 것만은 피했음. 몇 번 더 치고받았지만 결국엔 미도리야한테 제압당하고 만다. 몸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일방적이었음.
과연, 압도적이시구만. 바쿠고는 팔이 꺾인 채로 몸을 뒤틀었음. 그래도 미도리야의 손 안에서 빠져나가지는 못했음.
"캇쨩은 나 못이겨."
"지난 번에도 봐줬다 이거냐? 재수없는 새끼."
"usb는 내가 갖고갈게."
"개자식, 개새끼."
"미안해 캇쨩. ...너는 더 행복해질 수 있어. 내가 없어도, 내가 없으면. 분명히..."
그 말을 듣자 이제까지 분노로 일그러져있던 바쿠고가 웃음을 터뜨리며 미도리야를 조롱함.
"등신이냐? 아직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너한테 못이긴다는 건 내가 더 잘 알아. 그런 놈을 앞에두고 내가 멍청하게 usb를 갖고 나오겠냐? 이미 넘겼어. 몇 시간 내로 발표될거야. 모두가 알게 될거야.
지옥에나 쳐박혀라, 미도리야 이즈쿠."
아, 미도리야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들었음. 경찰이, 미디어가, 사람들이 모든 걸 알고 그들을 찾아냈음. 어두웠던 폐건물은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로 가득 찼음. 모두가 그들을 에워쌌음.
미도리야 이즈쿠, 실종된 웅영의 학생, 올마이트의 후계자, 사망자, 살인자, 범법자, 법을 어기고 사람을 지킨 히어로, 평화의 상징.
바쿠고 카츠키, 넘버원 히어로, 미도리야 이즈쿠의 소꿉친구, 진실을 밝혀낸 장본인, - -- ---.
미도리야는 시야가 아득해지는 걸 느꼈음. 자신이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도 알았음.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여길지도 알았음. 그의 발 밑에 쓰러져있는 바쿠고가 미도리야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너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자존심도 꺾고 널 선택했는데. 네가 날 지옥에 쳐박았잖아. 그럼 너도 쳐박혀야 공평하지.
기분이 어때? 히어로."
미도리야는 그제서야 자신이 왜 평화의 상징으로 불렸는지 알게 됐음. 모든게 바쿠고가 꾸민 짓이었던 것. 히어로의 긍지를 버리고, 연인을 버리고, 올마이트가 물려준 힘을 복수에 사용함으로써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힌 자신을 '올마이트의 후계자', '평화의 상징' 으로 불리게 해 올마이트의 이름까지 더럽히기 위해서.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절망시키기 위해.
모든게 바쿠고가 꾸민 짓이었던 것임.
미도리야는 그 때 겨우 바쿠고의 눈을 볼 수 있었음. 지친 눈이었음.
2학년이 끝나고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사귀게 되었을 때, 일주일 간의 짧은 행복을 누렸던 때. 미도리야는 그 이후부터 바쿠고가 무슨 심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인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올마이트의 복수를 위해 히어로를 버린 것처럼 바쿠고 역시 자신에 대한 복수를 위해 히어로를 버린 것을 깨달음. 넘버원 히어로 타이틀조차 자신에게로의 복수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 그리고 바쿠고는 끝내 복수에 성공했음. 밀려들어오는 경찰들을 보며 미도리야는 눈을 감고 모든 걸 체념함.
바쿠고가 키리시마에게 넘겼던 usb에는 정말 말 그대로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었음. 불법적인 루트로 손에 넣은 정보도 있었고, 증거가 사라져 밝힐 수 없게 된 사실들은 조작을 해서라도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밝혀놨음. 바쿠고가 손에 넣은 권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음.
그 정보들은 인터넷에 뿌려졌고, 뉴스로 발표되고 신문으로 발표됐음. 모든 사람들은 미도리야가 무고한 시민을 죽인게 아니라 '빌런'을 죽인 것을 알게 됐음. 그리고 미도리야를 진정한 히어로라고 불렀다.
미도리야의 재판이 치뤄지긴 했으나 형식적인 재판일 뿐이었음. 무죄판결은 아니었으나 형량은 가벼웠음. 그리고 미도리야는 이례적으로 시험없이 히어로 자격증을 얻게됨. 이를 보며 사람들은 진정한 정의의 승리라며 미담을 인터넷에 퍼뜨렸다. 미도리야는 공식적인 넘버원 히어로의 타이틀을 얻게 됨.
바쿠고는 미도리야와의 사건 직후 은퇴했다. 은퇴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는 '올마이트의 후계자이자 진정한 평화의 상징'에게 미래를 맡긴다고 말했음. 그를 친구의 누명을 벗겨낸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가식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모든게 아름답게 끝났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 후 미도리야는 한 평생 평화를 위해 헌신함. 바쿠고는 은퇴 후에도 가끔씩 히어로 활동을 하다가 재난 지역에서 어느날 갑자기 사라짐. 미도리야가 그랬던 것처럼. 미도리야는 키리시마를 찾아가 바쿠고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으나 키리시마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키리시마는 미도리야를 연민하고 바쿠고를 연민했음. 그들이 행복해지길 바랐으나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림을 깨달음. 어디부터 잘못된 것이었을지 생각하다가, 한숨쉬다가. 그러다 다시 살아갔다.
~끝~
생각나서 덧붙이는 얘기. 내 안의 미도리야는 올마이트에 대한 동경심, 애정이 너무 강해서 그의 인생 서사는 전반적으로 올마이트의 영향 아래 진행될 것 같다. 히어로로서는 훌륭하지만 연인으로서는....
하지만 바쿠고도 올마이트 팬이라 데쿠캇 관계에서도 문제가 터지면 미도리야를 원망하지, 올마이트를 원망하지는 않을 것 같음. 뿐만 아니라 미도리야를 선택한 자신의 자존심이 박살났다는 분노도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