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8. 03:26

신소의 사후, 뒷정리를 위해 그의 방을 정리하던 오지로가 서랍에서 작은 녹음기 하나를 발견함. 꽤나 아날로그적인 물건이었기에 오지로는 신소의 생전을 떠올리며 '안어울릴것 같은데 어울린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며 녹음기를 재생시킨다.

 

재생시켜보니 "안녕?" 라는 인삿말이 들려옴. 오지로는 당황해서 순간 녹음기를 멈췄다가 다시 재생시킨다


"안녕하세요?" 


뭐야 이건? 당황한 오지로는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계속 들어봄


"근처에 편의점이 어딨는지 알아?" 

"성함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다양한 말들이 녹음되어 있음. 평범한 질문,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 비꼬며 조롱하는 말들도 있었음. 계속 듣고 있던 오지로는 이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깨달음. 전부 대답을 요구하는 말들을 녹음해둔 것이었음. 자신이 목소리를 잃어 무력해질 순간을 대비하여 신소가 녹음해둔 것이었음


"아무 대답이나 좀 해봐." 


이런 것까지 녹음해뒀어? 오지로는 푸스스 웃으며 녹음기를 껐다. 목소리 걱정할 시간에 목숨 아낄 방법이나 더 걱정하지 그랬어. 내면에서 무심코 떠오른 비난의 목소리에 오지로는 고개를 저었다

신소는 사람을 구하고 죽었어.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죽었어. 나는 그 애를 비난하고 싶은게 아니라... 


오지로는 다시 녹음기를 재생시켰음


"대답좀 해보라니까."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 문득 오지로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이것들을 녹음하고 있었을 신소가 떠올라서 씁쓸해졌다. 그래서 대답했음


"차라리 번호 가.." 

차라리 번호 가르쳐 주실 수 있냐고 녹음하지 그랬어?

그렇게 대답하려고 했는데

오지로의 기억이 거기서 끊겼다.

 


오지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느낀 건 이마가 아프다는 것이었음. 뭐지? 자신은 벽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왼손에는 편지가 한 장 들려있다


-멍청이 오지로에게


심술궂은 말투나 필체나, 누가봐도 신소가 쓴 편지였음.

 

편지의 내용은 여러번 수정했는지 지워진 부분이 많았음


-반신반의로 녹음해 본건데 세뇌가 먹히더라고. 내 질문에 내가 대답했는데 나도 걸렸어

-넌 설마 녹음기에 대고 대답했냐

-별로 놀랍진 않네. 넌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녹음기는 네 마음대로 써

-네가 이상한데 쓰리라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뒷 내용부터는 아예 새카맣게 칠해져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새 편지지에 쓰지 그랬어. 오지로는 쓰게 웃었다.

 

편지에 왜이렇게 지워진 부분이 많은지 편지의 작성 날짜를 보고 짐작했다. 우리가 싸운 날이었지. 성격차이로 인한 자잘한 다툼은 평소에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 날만은 유독 크게 싸웠더랬다. 싸움의 시작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기억하는 건,

 

"내가 하는 말이 듣기 싫으면 세뇌라도 걸어서 입닥치게 만들지 그래? 충분히 할 수 있잖아?" 


, 그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신소는 충격받은 표정이었음. 무슨 말이라도 하려다가 차마 하지 못하고 다물고.

 

거기서 사과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러기엔 당장의 분노가 너무 컸음. 오지로는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신소는 집 밖으로 나가버렸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머리를 식힐 시간, 마음을 다스릴 시간, 할 말을 생각할 시간.

 

오지로가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정신을 가다듬는 동안 신소는 바깥을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었음. 오지로가 경찰로부터의 협력 요청 전화를 받는동안 신소는 녹음기와 편지지 하나를 샀음. 오지로가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신소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오지로가 먼저 집을 나섰다. 신소는 조금 늦게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신소는 조금 안심했고, 조금 실망했다. 이것저것 녹음했다. 편지에도 이것저것 썼다. 여러 번 수정하느라 종이가 망가져서 아예 새로 썼다.

 


오지로의 귀가가 생각보다 늦어진 덕에 신소는 녹음기에 녹음했던 말들을 여러 번 덮어 씌우고 다시 녹음할 수 있었음. 오지로의 일이 끝나갈 무렵 신소에겐 다른 지부에서의 협력 요청이 들어왔고, 신소는 책상과 서랍에 녹음기와 편지지를 넣어두곤 집을 나섬.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도 시간이 엇갈려 오지로와는 만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오지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야 했음. 병원에 가는 동안은 제발 무사해 달라고 빌었고, 병원에 도착해선 살아만 달라고 빌었으나 결국 어느쪽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후 며칠간 오지로는 신소의 장례를 치르고, 서류를 정리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옴. 돌아와서 몇시간을 멍하게 앉아있다가 신소의 방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녹음기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에 지워진 부분이 많은 건 신소역시 화가 덜 풀린 상태였기에 말을 여러 번 고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음. 그럴만 했다. 자신도 그 날 당시 신소에게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가 일하는 도중 여러 번 실수하지 않았던가?

 


혹시 신소도, 같은 이유로 한 순간 방심해 버린 건 아닐까?

무심코 떠올린 생각은 절망이 되어 오지로를 덮쳤다.

 

그 후 오지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살게 됨. 다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은 때가 여러번 찾아왔지만 그래선 안됐다. '녹음기는 네 마음대로 써.' '네가 이상한데 쓰리라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신소가 마지막까지 믿어준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은 히어로여야만 했음.

 


올곧은 성격이여서 그랬는지, 결국 사과하지 못한 말이 오지로의 발목을 붙잡았는지. 오지로는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무너졌음. 녹음기와 편지지는 항상 지니고 다녔음. 사용하는 일은 없었지만.

 


오지로는 마지막에, 배에 관통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죽어가던 차에 녹음기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됨. 무의식적으로 재생시켰는지, 아니면 어쩌다가 눌린 건지. 그래도 끄지 않고 천천히 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근처에 편의점이 어디있는지 알아?" 

"성함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아무 대답이나 좀 해봐

"대답좀 해보라니까."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니 기억보다 부루퉁한 음성이어서 오지로는 피식 웃음. 이 때 쯤 내가 대답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도 몇가지 질문이 더 재생되곤 정적이 이어졌다. 이게 마지막 녹음인가? 정적은 좀 오래 이어짐. 정지 버튼을 누를 힘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한참 지난 후에 다시 목소리가 들림.

 

"오지로, 앞에서 대답했어?" 

"짜증나 너." 

"나한테 사과해 멍청아." 


역시 그 날 화 덜풀렸구나. 오지로는 눈을 감고 듣고 있었음.

 

"서랍 두 번째 칸에 있는 편지를 꺼내와." 

"......." 

"책상 위에 까만펜 주워." 

"사과해 멍청아. .....세번째 문장 지워." 

"화내서 미안해. .....일곱번째 문장 지워." 

"힘들면 쉬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해. 열 두 번째 문장 지워.

"무리하지 말고. .열 세 번째 문장 지워."

"행복하게 살아. 열 네 번째 문장 지워."


오지로는 멍하니 듣고있다가 신소가 남긴 편지에 새카맣게 지워진 부분이 많았다는 걸 기억해냄

 

주섬주섬 갖고있던 편지를 꺼내서 확인해보니 지우라고 명령돼있는 순서의 문장이 지워져 있었음. 신소가 쓰다가 화나서 지운 줄 알았는데, 세뇌에 걸린 자신이 지운 문장이었던 것임. 왜 굳이 저렇게 했지? 의아해하는 오지로를 두고 신소의 목소리가 이어짐.

 


 

"세뇌 걸고 명령한 거니까 잔말말고 따라."

"......됐다. 그냥 얼굴보고 할 걸 난 왜 이렇게...." 

"혹시 모르니까." 

"녹음기 끄고 벽에 머리나 박아." 


오지로는 그제야 자신이 녹음기를 처음 발견했던 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를 이해했음. 녹음기에 대답했다가 세뇌에 걸리고, 힘들게 살지 말라고, 행복해 지라고 명령받고, 신소가 시킨대로 편지의 문장을 지웠었음

너는 왜이렇게 변덕스럽고 세심한지. 평생 사과하지 못할 상처만 남긴 신소를 떠올리며 오지로는 점점 졸려지는 걸 느낌.

 


완전히 잠들기 직전에 "이제 버려도 돼." 라고, 녹음기의 목소리를 들었다.



Posted by 버잘디
2018. 8. 28. 03:01


 

 

데쿠캇으로 빌런 미도리야와 넘버원 히어로 바쿠고.


미도리야는 빌런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딱히 악행을 저지르는 건 아님오히려 올마이트의 뒤를 이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그럼에도 빌런으로 분류된 이유는 그가 자격증 없이 히어로 활동을하고 있기 때문공식적으론 범법자이기 때문에 체포대상이지만 세간의 인식이 미도리야에게 우호적이라 쉽게 잡을 수가 없다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도리야는 실력에서 너무나 압도적이라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음.


어느 인터뷰에서 넘버원 히어로인 바쿠고는 미도리야를 반드시 잡겠다는 말을 했는데이로 인해 넷상에선 욕을 좀 먹었다바쿠고의 팬들은 히어로가 범법자를 잡는 건 당연하다고 악플러들을 욕했고, A반의 급우들은 그가 미도리야를 되돌리기 위해 잡으려 한다고 생각했으며그보다 조금 더 바쿠고와 가까웠던 친구들은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있었기에 바쿠고가 미도리야에게 집착한다고 생각했음

아무튼 적어도 바쿠고 본인은 왜 미도리야를 잡으려 하냐고 물으면 "쳐죽이기 위해서."라는 대답 뿐.

 

 

 미도리야와 바쿠고는 2학년이 끝날 무렵부터 사귀기 시작했다미도리야가 바쿠고에게 고백하고, 바쿠고가 그를 받아줌으로써 일주일동안의 짧은 행복을 누렸음.

올마이트가 살해당한 것은 이 무렵직후 미도리야는 실종되고학교에서는 몇 달이나 그를 찾았으나 끝내는 사망퇴학 처리됨.

 

이 때 A반 학생들은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망처리 시키냐고 반발했으나 당시의 법 규정이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었음다들 바쿠고의 눈치를 살폈으나 의외로 그는 아주 침착했다그는 여느때처럼 화내고 소리지르고 짜증내고그리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음.

 

 

아무튼 그렇게 웅영을 졸업하게 됨바쿠고는 졸업하자마자 히어로 활동을 시작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최고의 히어로로서 인정받게 됨동시에 그 무렵부터 미도리야 역시 자격증없는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게 됨아니사실은 더 오래전부터 그래왔겠지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게 이 쯤이었음

이 즈음에 사실 키리시마는 바쿠고가 자신보다 미도리야가 더 주목받는게 화가나서 미도리야에게 집착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넘버원 히어로로 인정받으면 그 집착을 버리진 못하더라도최소한 조금은 내려놓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음


그러나 넘버원 히어로의 타이틀을 땄을 때 바쿠고에게 이제는 미도리야를 좀 잊어도 되지 않겠냐고 떠보자바쿠고는 감흥없는 말투로 "이제 겨우 시작인데 무슨." 이라고 대답함그제야 키리시마는 넘버원 히어로가 바쿠고의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한 수단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음구체적으로 뭐가 위험한진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랬음



바쿠고가 넘버원 히어로에 오르고 거기에 명예권력까지 손에 넣어갈 동안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다바쿠고의 인터뷰로 시끌했던 일공식적인 넘버원 히어로는 바쿠고지만 넷투표로는 미도리야가 1위 결과가 나온 일, 또 그걸 두고 사회 정의에 관해서 토론이 벌어졌던 일 등등..  그렇게 미도리야의 팬과 바쿠고 팬과의 갈등이 심해질 무렵에 사건이 터짐.


미도리야가 일반인을 살해한 것.

 

 이 사건으로 인해 바쿠고의 팬들은 범법자는 결국엔 범법자일 뿐이라고 비웃었다초기에 미도리야의 팬들은 뭔가의 오해가 있었을 거라며 편중된 국내 여론을 비판했지만몇 번이고 같은 사건이 더 발생하자 결국 등을 돌림.

 

 

바쿠고는 이 때부터 정말 악착같이 일했다이 전에도 줄곧 노력해오긴 했지만 미도리야의 평판이 땅에 쳐박히고 난 후에는 더더욱누군가는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욕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바쿠고가 낸 실적은 이번에야말로 그를 진정한 넘버원 히어로로 칭송하기에 충분했음


그리고 드디어 미도리야 체포 작전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날바쿠고는 그 선두를 맡음이러니 저러니해도 미도리야와 정면으로 대적할 수 있는 건 바쿠고 뿐이었기에



미도리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곳을 경찰과 히어로들이 둘러싸고 선제공격을 감행하려던 차에 미도리야가 놀란 기색도 없이 건물 밖으로 나옴한 손에는 시체로 추정되는 뭔가가 들려있었음. 

가장 앞에 있던 바쿠고 역시 그런 미도리야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건 왜 들고나왔어누구 보여주려고?" 라고 조롱함


직후에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격돌한다

경찰과 히어로는 지원 병력으로 온 입장이었지만 둘의 싸움이 워낙에 압도적인 탓에 별 도움은 되지 못함오히려 격투에 휘말려 피해를 입는 쪽이었음


아이러니한 건 바쿠고가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미도리야에게 달려든 것과미도리야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고 신경을 썼다는 것경찰과 히어로측은 바쿠고에게 미도리야 제압을 맡기고 피해가 닿지 않을 범위까지 후퇴한다


문답무용으로 덤비던 바쿠고는 듣는 귀가 사라지자 입을 열기 시작함


"꼴 좋네 평화의 상징." 

"올마이트의 뒤를 잇는다더니너는 결국 이 꼴이지." 

"기분이 어때 히어로?" 


거의 다 대답을 바라지 않는 혼잣말이었기에 미도리야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바쿠고의 조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자 결국 대답할 수 밖에 없었음.


"나는 평화의 상징이 아니야." 

"올마이트의 뒤를 이은 것도 아니야."

"히어로는 너잖아캇쨩." 


그 순간 바쿠고의 눈빛이 변하고그가 날린 일격에 유효타를 먹은 미도리야가 바쿠고와 거리를 벌린다.

눈빛이 변한 것 치고 바쿠고의 표정은 굉장히 싸늘했음미도리야 뿐만 아니라 바쿠고 역시 미도리야에게 여러번의 공격을 맞고 군데군데 부상을 입었지만 바쿠고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음

바쿠고의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싸움이 더 길어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미도리야가 다시 자세를 잡음바쿠고도 아무 말 없이 미도리야에게 다시 달려든다거리는 좁아졌지만 별다른 공격모션은 취하지 않는 바쿠고에게 미도리야가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음.

 

 

"와타나베 히로시(모브), 기억해?


당황한 미도리야의 자세가 흐트러지자 바쿠고는 폭발을 실은 주먹으로 미도리야를 날려버린다날아가자마자 바로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긴 했지만 미도리야는 당황을 감추지 못한 채였음.

 

"캇쨩..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이름만 아는 줄 알아그 밖에도 많이 알지네놈이 제일 처음 죽인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그만해." 

"올마이트 살인범이라는 것도 알고." 


미도리야는 냉기가 자신의 온몸을 지배하는 걸 느꼈음.

 

"캇짱어디까지 알고있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뭘 어쩔 셈이야?" 

"네가 제일 싫어할 짓을 할 거야." 

"그러지 마." 

"죽었으면 입닥쳐넌 법적으로 이미 뒤진 놈이야."

 

 

그 순간 위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남바쿠고의 병력 지원을 위한 헬기였음. 미도리야가 한 순간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바쿠고는 미도리야에게 치명타를 입힘그리곤 피를 토하는 미도리야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림.

 

 "이걸론 안되지. 난 아직 덜 끝났어." 

"...제발 그만둬 캇짱." 

"못알아들어덜 끝났다고이렇게는 안돼."


그러곤 바쿠고는 위에 떠있는 헬리콥터를 바라봄


"지원용 헬긴가.. 방송국의 머저리들이 보낸 거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바쿠고는 별로 아쉬워 보이지는 않았음


"저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그리고 내가 말하는 장소로 나와이건 명령이고." 

"........." 

"저걸 어떻게 탈지는 네 선택이야어쩔래알아서 타겠다고 하면 보내주고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널 저 헬기에다 던져버릴 거야. 그렇게되면 저기 타고있는 놈들은 다 뒤지겠지선택해." 


말이 선택이지 답은 정해져있었음미도리야는 바쿠고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란 것도 알았음그렇기에 미도리야는 헬기를 타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음.

 

바쿠고가 눈속임용 폭발을 일으키며 미도리야에게서 멀어진 순간 미도리야는 도약으로 헬기 위치까지 뛰어올랐고그대로 헬기 문을 뜯어 빼앗는데 성공함안에 타고있던 사람들은 기절시킨 후 나중에 헬기와 함께 풀어줬음



미디어에선 미도리야 체포작전이 실패로 끝났으며경찰 측에서 괜히 업적을 남기겠답시고 헬기로 서성거리다 도망칠 여지를 줬다며 비난의 내용을 보도함여론이 뭐라 떠들든 바쿠고는 신경쓰지 않았음. 


그리고 이 무렵 바쿠고를 걱정해 찾아온 키리시마와 짧은 대화가 있었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바쿠고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없는 폐건물에서 미도리야를 만남마지막에 큰 부상을 입혔건만미도리야는 멀쩡해진 모습이었음바쿠고는 여전히 이마에 거즈를 붙이고 있었는데미도리야의 괴물같은 회복력에 바쿠고는 혀를 차며 욕함

그런 바쿠고를 보는 미도리야는 굳은 표정이었음지친 것 같기도 하고화나 보이기도 하고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초조해 보이기도 하고


"여기에는 왜 불렀어캇쨩." 

"오랜만의 재회니 서로 할 말이 많잖아지난 번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무슨 할 말." 

"네가 죽인 놈들." 

"........" 

"- 에 대해선별로 관심없어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바쿠고는 미도리야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usb를 빙빙 돌림


"너한테 중요한 건 내가 앞으로 뭘 할건지 아니겠어?"

"...뭘 할 건데." 

"이걸 발표할 거야내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usb의 내용은 미도리야가 이제까지 죽인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있었음올마이트를 죽인 실행범공조자들명백한 살인자인데도 미흡한 증거와 법으로 인해 풀려난 사람들에 대해서.

 

 

 2학년이 끝나던 무렵미도리야가 올마이트의 후계자로서 결의를 다지던 때미도리야와 바쿠고가 사귄지 겨우 일주일이 됐을 때그리고 올마이트가 빌런의 잔당들에게 살해당했을 때. 그 범인들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그 때 미도리야는 분명 선택의 기로에 있었음올마이트의 뒤를 이어 평화의 상징인 히어로가 될 것이냐아니면 히어로를 포기하고 올마이트의 복수를 할 것이냐


미도리야는 후자를 선택했다.

 

 

미도리야는 올마이트 살인범들을 죽였고사람들을 위협하는 빌런들을 잡았고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했으며 재난 현장에 뛰어들어 복구를 도왔음행운인지 불행인지 미도리야가 죽인 살인범들은 사고에 휩쓸려 죽은 것으로 처리됐음미도리야가 그들의 시체를 남겨둔 건물이 빌런의 짓으로 무너져버렸기 때문에.

미도리야는 진실을 밝히려 했으나 그는 법적으로 사망한 사람이었기에 목소리를 낼 입이 없었음그는 히어로이기를 포기했으나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의지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기에 때때로 치고 올라오는 울분을 억지로 참으며 히어로 활동을 지속했음자격증이 없기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 였지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음


미도리야는 사람들을 구했고숨어서 바쿠고를 지켜봤으며그가 넘버원 히어로가 된 것을 축하했음. 때때로 바쿠고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만 뒀음.  바쿠고가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과 함께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했음


그런데 미도리야가 '올마이트의 뒤를 이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었음미도리야는 정말로그런 걸 전혀 바라지 않았음

자신은 올마이트의 힘을 물려받고도 히어로로서의 긍지도 버린채 복수에 힘을 썼음이미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힌 자신이그저 눈에 띄는 좋은 일 몇가지 했다고 평화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걸 견딜 수 없었음

그래서 범행을 드러냈음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살인자법적으로 일반인인 사람들을 죽여서

세간에선 이미 죽은 자들이 어떤 살인자였는지 밝힐 수단이 없었으므로 미도리야는 이번에야말로 명실상부 살인자로 낙인찍힘그래도 상관없었다오히려 좋았다더 이상 자신이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지는 않을 테니.

 

 

모든게 괜찮아 지리라 여겼음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힌 자신은 살인자로 불리고바쿠고는 진정한 넘버원 히어로로서 인정받고


"이 usb 안에는 네가 죽인 놈들 뿐만 아니라 네놈에 대해서도 들어있어네가 웅영에 입학하고 사라지기까지의 기록, 너와 올마이트의 기록." 

"........." 

"이걸 미디어에 뿌릴 거야그래서 네놈이 올마이트의 후계자라는 걸 밝힐 거야네놈이 올마이트의 이름을 이었다는 걸 밝힐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야."

"말했잖아네가 제일 싫어할 짓을 할거라고." 

"나는 이미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혔어올마이트의 이름까지 더럽힐 수는 없어캇쨩." 

"알게 뭐야엿이나 먹어." 


그 순간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눈 앞으로 뛰어든다바쿠고는 언제고 미도리야가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지만 시야에서 놓쳐버리고 맘그래도 본능적인 수준의 방어로 치명타를 입는 것만은 피했음몇 번 더 치고받았지만 결국엔 미도리야한테 제압당하고 만다몸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일방적이었음

과연압도적이시구만바쿠고는 팔이 꺾인 채로 몸을 뒤틀었음그래도 미도리야의 손 안에서 빠져나가지는 못했음


"캇쨩은 나 못이겨." 

"지난 번에도 봐줬다 이거냐재수없는 새끼." 

"usb는 내가 갖고갈게." 

"개자식개새끼." 

"미안해 캇쨩. ...너는 더 행복해질 수 있어내가 없어도내가 없으면분명히..." 


그 말을 듣자 이제까지 분노로 일그러져있던 바쿠고가 웃음을 터뜨리며 미도리야를 조롱함


"등신이냐아직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너한테 못이긴다는 건 내가 더 잘 알아그런 놈을 앞에두고 내가 멍청하게 usb를 갖고 나오겠냐이미 넘겼어몇 시간 내로 발표될거야모두가 알게 될거야

지옥에나 쳐박혀라, 미도리야 이즈쿠."

 

 미도리야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들었음경찰이미디어가사람들이 모든 걸 알고 그들을 찾아냈음어두웠던 폐건물은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로 가득 찼음모두가 그들을 에워쌌음.


미도리야 이즈쿠실종된 웅영의 학생올마이트의 후계자사망자살인자범법자법을 어기고 사람을 지킨 히어로평화의 상징

바쿠고 카츠키넘버원 히어로미도리야 이즈쿠의 소꿉친구진실을 밝혀낸 장본인, - -- ---. 


미도리야는 시야가 아득해지는 걸 느꼈음자신이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도 알았음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여길지도 알았음그의 발 밑에 쓰러져있는 바쿠고가 미도리야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너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자존심도 꺾고 널 선택했는데네가 날 지옥에 쳐박았잖아그럼 너도 쳐박혀야 공평하지

기분이 어때히어로." 


미도리야는 그제서야 자신이 왜 평화의 상징으로 불렸는지 알게 됐음모든게 바쿠고가 꾸민 짓이었던 것히어로의 긍지를 버리고연인을 버리고올마이트가 물려준 힘을 복수에 사용함으로써 올마이트의 의지를 더럽힌 자신을 '올마이트의 후계자',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게 해 올마이트의 이름까지 더럽히기 위해서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절망시키기 위해

모든게 바쿠고가 꾸민 짓이었던 것임


미도리야는 그 때 겨우 바쿠고의 눈을 볼 수 있었음지친 눈이었음.

 

 


 2학년이 끝나고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사귀게 되었을 때, 일주일 간의 짧은 행복을 누렸던 때미도리야는 그 이후부터 바쿠고가 무슨 심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인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올마이트의 복수를 위해 히어로를 버린 것처럼 바쿠고 역시 자신에 대한 복수를 위해 히어로를 버린 것을 깨달음넘버원 히어로 타이틀조차 자신에게로의 복수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그리고 바쿠고는 끝내 복수에 성공했음밀려들어오는 경찰들을 보며 미도리야는 눈을 감고 모든 걸 체념함.

 

 

 바쿠고가 키리시마에게 넘겼던 usb에는 정말 말 그대로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었음불법적인 루트로 손에 넣은 정보도 있었고증거가 사라져 밝힐 수 없게 된 사실들은 조작을 해서라도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밝혀놨음바쿠고가 손에 넣은 권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음

그 정보들은 인터넷에 뿌려졌고뉴스로 발표되고 신문으로 발표됐음모든 사람들은 미도리야가 무고한 시민을 죽인게 아니라 '빌런'을 죽인 것을 알게 됐음그리고 미도리야를 진정한 히어로라고 불렀다


미도리야의 재판이 치뤄지긴 했으나 형식적인 재판일 뿐이었음무죄판결은 아니었으나 형량은 가벼웠음그리고 미도리야는 이례적으로 시험없이 히어로 자격증을 얻게됨이를 보며 사람들은 진정한 정의의 승리라며 미담을 인터넷에 퍼뜨렸다미도리야는 공식적인 넘버원 히어로의 타이틀을 얻게 됨.

 

 

바쿠고는 미도리야와의 사건 직후 은퇴했다은퇴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는 '올마이트의 후계자이자 진정한 평화의 상징'에게 미래를 맡긴다고 말했음그를 친구의 누명을 벗겨낸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가식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모든게 아름답게 끝났다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 후 미도리야는 한 평생 평화를 위해 헌신함바쿠고는 은퇴 후에도 가끔씩 히어로 활동을 하다가 재난 지역에서 어느날 갑자기 사라짐미도리야가 그랬던 것처럼미도리야는 키리시마를 찾아가 바쿠고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으나 키리시마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키리시마는 미도리야를 연민하고 바쿠고를 연민했음그들이 행복해지길 바랐으나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림을 깨달음어디부터 잘못된 것이었을지 생각하다가한숨쉬다가그러다 다시 살아갔다.

 

 

 

~


생각나서 덧붙이는 얘기내 안의 미도리야는 올마이트에 대한 동경심애정이 너무 강해서 그의 인생 서사는 전반적으로 올마이트의 영향 아래 진행될 것 같다히어로로서는 훌륭하지만 연인으로서는....

하지만 바쿠고도 올마이트 팬이라 데쿠캇 관계에서도 문제가 터지면 미도리야를 원망하지올마이트를 원망하지는 않을 것 같음뿐만 아니라 미도리야를 선택한 자신의 자존심이 박살났다는 분노도 있을 듯.

 

Posted by 버잘디
2018. 8. 28. 02:15


벌레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칸쿠로를 보고 시노형이랑 만나면 아예 기절하겠다며 라고 놀리는 코노하마루. 그런데 거기에 덜그럭하고 반응하는 칸쿠로를 보고 어라? 하면서 불화가 시작되는 코노칸이 보고싶다.

 시노형 알아? 라고 물었더니 어.. 아니.. .. 몰라.. 라고 눈에 띄게 당황하며 대답하는 칸쿠로를 보고 코노하마루는 이상함을 느낌. 저건 누가봐도 아는 것 같은데. 알면 안다고 하지 왜 숨기지? 재차 묻기 시작한다.


칸쿠로도 물론 들켰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수습도 실패함. 안다는 말만 하고 끝내거나, 아니면 차라리 아예 시치미떼고 모르는 척을 했어야 했는데 수상하게 여길 여지를 너무 많이 줘버림. 어떻게 대답할지 머리를 팽팽 돌리는 중.

 하지만 이미 안다는 티는 다 내버렸고, 그렇다고 솔직하게 대답하기는 죽어도 싫어서 이후로 코노하마루가 하는 모든 질문에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대답하면 대답할수록 망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지만 도중에 무를 수도 없었음.

 


코노하마루는 코노하마루대로 생각이 많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티를 내면서 왜 모른다고 하지? 일부러 그러는 건가? 저 형이 이런 밀당을 할 줄 안다고? 뭔가 연애기술의 일종이라고 보기엔 칸쿠로는 이 대화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냈고, 그렇다고 대화를 끊으려고 하는 단호함을 보이지도 않았음. 그렇게 둘은 서로 뒤숭숭한 마음으로 일단 헤어짐. 칸쿠로는 모래마을로 돌아가기 전에 테마리에게 상담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느낌을 받음. 사실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음. 부디 코노하마루가 이대로 잊어주길 바라며 돌아감


코노하마루는 집에 돌아와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차분히 정리해 보려고 함. 뭣 때문에 이렇게 찜찜한지. 자신은 뭘 알고 싶은 건지. 이걸 내가 알아내려고 해도 좋은 건지. 왜냐하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지금 이상황이 애인의 전애인 얘기를 듣고 발끈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칸쿠로와 ()시노가 사귀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시노를 직접 찾아가서 물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관두기로 결정함. 아예 관두려는 건 아니고 그냥 한 번만 더 칸쿠로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너무 의식한다는 티 내지 않고, 지나가듯이 묻는 거야. 어떻게 물으면 좋을까, 노골적이지 않게 주제를 끌어갈 수 있는 방법... 집에 바퀴벌레가 나타나서 고민이라고 할까? 찜찜한 생각을 하며 일단 잠든다.

 

 


그러나 코노하마루의 예정과는 다르게 칸쿠로보다 먼저 시노를 만나게 됐다. 코노하마루는 상닌으로서 담당해야할 아이들이 있었고, 시노는 아카데미 선생님이었으니까. 관련 사항으로 상담이 필요해 둘이서만 얘기하게될 기회가 생김.

 

 

묘하게 긴장하고 있는 코노하마루와는 다르게 시노는 해야할 얘기를 차분히 전달함. 중간에 나온 얘기는 아카데미에서 인술 뿐만이 아니라 타 국가의 문화도 간단하게나마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나루토가 호카게가 된 후의 평화의 시대이니 다른 국가와의 교류도 많아졌으니 필요한 절차라며이 평화가 오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지.. 하는 하하호호한 얘기를 하게됨. 그러다가 문득, 이 시대를 살아오며 겪었던 첫 전쟁 얘기도 나오게 됨. 오래 전에 치루어졌던 중급닌자시험에 관해서.

 

 

 사실 코노하마루는 이 때까지 이 얘기에서 딱히 칸쿠로와 시노의 관계가 나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별 생각없이 듣고 있었다. 그러다 나온 얘기는 시노가 중급닌자 시험에서 칸쿠로와 붙게될 예정이었는데, 그가 기권했다는 사실. 그럼에도 결국은 숲에서 다시 싸우게 되었다는 것.

코노하마루는 들으면서 어라...? 한다. 시노는 그랬었던 모래마을과 지금은 이렇게 협정을 맺고 교류하는 국가가 되었다니. 기쁜 일이지. 라고 끝을 맺었지만, 그도 말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은 그 사건으로 인해 3대 호카게가 죽었다는 사실. 코노하마루는 그 때 사랑하던 할아버지를 잃었다.


코노하마루는 나오면서 멍하게 생각에 잠김. 맞아. 그랬었지. 잊고 있었어. 아니 잊고있었다기 보다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었지. 왜 그랬더라?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가다가 문득 칸쿠로가 떠오름. 그가 시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입을 다물어 버린 사실도. 코노하마루는 그제서야 칸쿠로가 뭘 떠올리고 입을 다문건지 깨달음. 속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게 무슨 감정인지, 명확히 표현은 못하겠지만 하여간 불쾌하다는 것만은 알았음.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칸쿠로가 마침 나뭇잎 마을에 와 있었다. 칸쿠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코노하마루에게 솔직히 말하자.. 하고 왔다가, 역시 좀.. 테마리한테 먼저 가볼까? 라고 쭈뼛대고 있던 상황이었음. 그리고 마찬가지로 타이밍 좋게 막 시노한테 얘기를 듣고 나온 코노하마루를 마주친다. 코노하마루의 얼굴을 보자 미치기 일보직전이라는 걸 알았음.

, 들었구나. 칸쿠로는 직감했다

코노하마루는 칸쿠로를 보자마자 시야가 빨개지는 걸 느꼈지만 본인이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이성을 끌어모아 질문을 했다.

 

"왜 말 안했어요?" 


맥락없는 질문이었지만 칸쿠로는 이해했음. 이해했지만 대답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런 칸쿠로를 보고 코노하마루는 결국엔 터져버림


"아부라메 시노, 이름 듣자마자 중급닌자시험 떠올렸겠지! 아니, 중급닌자시험이 아니라 나뭇잎 무너뜨리기 작전. 그거 떠올린 거 아냐?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거 아냐? 변명이라도 하지 그랬어? 변명할 거리도 없겠지만, 가만히 있을 얘기도 아니지 않아? 내가 아예 모르길 바랬어? 왜 모르길 바랬는데? 그냥 다 덮어두고 없던 일로 치고 싶어서? 말도 안되게 뻔뻔아?"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칸쿠로를 보고 아차 싶었지만 코노하마루는 이미 자제력을 잃은지 오래였음. 물론 머리로는 안다. 할아버지를 죽인 건 오로치마루고, 모래마을은 오로치마루에게 놀아났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걸 알지만, 그걸 아니까. 그러니까 본의가 아니었다고 변명이라도 하지. 왜 칸쿠로는 가만히 있었던 건지, 뭘 묻어버리고 싶었던 건지, 거기에 파묻혀 가는게 제 상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지, 알면서도 외면한 건지

듣고 싶은 건 너무 많았지만 차분하게 물을 상태도, 들을 상태도 아니었음. 그리고 다 내뱉고나서야 다시 칸쿠로를 봤다. , 아직은 안돼. 코노하마루는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지금은 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음. 그래서 일단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코노하마루는 절박했음


칸쿠로는 코노하마루가 등을 돌려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뒷모습에다 대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본인한테도 겨우 들릴 정도의 목소리라 코노하마루가 들었을리 없었음. 잠시동안 멍청하게 서있다가 황급히 모래마을로 돌아감.

 

 

그 후 코노하마루는 집에 쳐박혀서 다시 많은 것들을 생각함. 나는 무엇에 화낸건지, 이게 분노가 맞는 건지. 슬픔과 화를 착각해서 애먼데 화풀이한 건 아닌지를 고민했다

할아버지가 마을을 지키려다 돌아가신 것처럼, 칸쿠로역시 전쟁의 희생자일 뿐. 자신의 분노는 옳지 않았다고, 그에게 돌아가서 사과해야 한다고 열심히 생각했지만 감정이 따라주질 않았음. 할아버지의 상실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였으며, 다른 누구도 아닌 칸쿠로가 그 일을 외면하려 했다는 충격이 너무 컸기에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결국 칸쿠로는 모래마을 닌자니까


코노하마루가 저렇게 벽을 긁는 동안 칸쿠로도 집에 쳐박혀서 나오질 않음. 가아라는 안절부절 못하며 나뭇잎마을에 있는 테마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테마리도 얘기는 전해 들었지만 무슨 상황인지, 어쩌면 좋을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음. 그래도 동생이 걱정은 되니까 부글부글하던 차에 시노한테 연락이 옴

시노는 그날 코노하마루의 상처를 떠올리지 못하고 무심코 내뱉은 말을 후회하던 중이었고, 걱정돼서 따라나가려던 차에 아니나다를까 칸쿠로하고 터진 일을 봐버림. 그래서 전말은 알고 있었다. 시노가 테마리에게 대충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설명하고 테마리는 어떻게 하겠냐는 조언을 구함.

이에 대해서 테마리는 자신이 해줄 말이 없다고 판단한다. 정확히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의미였음. 우리는 우리의 사정이 있었지만, 그걸 나뭇잎에게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게 뻔뻔스럽다는 사실은 알고 있음. 그렇기에 나는 동생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시노는 그걸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가 코노하마루에게 전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테마리에게 괜찮냐는 허락을 구함. 테마리는 시노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설명을 듣고, 괜찮다고 대답한다.

대충 얘기가 끝나고 시노는 테마리에게 모래마을의 입장은 둘째 치더라도, 너희 남매의 의견이 어떤지가 듣고싶었다고 말함.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수습은 해야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상처가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묻혀질 것인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뭇잎과 가장 직접적으로 섞이고 있는 너희 남매에게 듣고싶었다고.




이후 시노가 다시한번 코노하마루를 불러냄.

 

불러낸 곳은 위령비.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으로 나간 코노하마루에게 시노는 이것저것 책을 건네줌. 당황하는 코노하마루에게 짧은 내용이니 여기서 읽으라고 한다. 책 내용은 나뭇잎 무너뜨리기에 관한 사실들. 당시의 국가 정세나, 사건들, 그 후의 영향 등...

 

 코노하마루는 당연히 그 내용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처음 알았을 때와는 입장이 달라진 채로 읽으니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었음. 예를 들자면 4대 카제카게가 죽었을 때 칸쿠로가 몇살이었다던지~ 그런 것들.

 

입을 꾹 다물고 앉아있는 코노하마루에게 시노가 할 말을 함. 너는 네가 겪었던 그 상처를 억지로 잊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네 상처를 끌어안은 채로 남의 상처를 억지로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야. 왜냐하면 모든 것은 전적으로 네 판단이며 네 선택을 존중한다. 뭐 그런 선생님같은 얘기들.. 


코노하마루가 시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위령비 앞에서 할아버지께 기도를 올리고, 그리고 곧장 모래마을로 칸쿠로를 찾으러감.

 

 

 한편 칸쿠로는 집에 틀어박힌 채로 미완성 꼭두각시 시체들 위에 누워있었음. 지금쯤이면 화가 다 풀렸을까, 한 번만 더 찾아가 볼까, 이제와서 사과해도 되나, 아직 안풀렸으면 어쩌지, 이번엔 나뭇잎마을 들어가기도 전에 쫓겨나는 건 아닐까 고민하던 차에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남.


가아란가... 하면서 나갔는데 난데없이 코노하마루가 있어서 놀람. 어안이 벙벙한 칸쿠로를 붙잡고 코노하마루가 가자고 끌어당김. 어딜? 일단 가봐요.


그렇게 도착한 곳은 4대 카제카게의 묘비.

 

뭐지? 나도 여기 들어가라는 건가? 의도를 전혀 모르겠는 칸쿠로를 앞에 두고 코노하마루가 묘비에 기도함

"형은 기도 안해요?"

이제 곧 보러가요 아버지 이런 기도라도 하라는 건지 뭔지. 내적으로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코노하마루가 지난번처럼 화가 나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아서 좀 안심함. 딱히 기도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가만히 있기 뻘쭘해서 칸쿠로는 눈감고 기도하는 척함. 그런 칸쿠로를 잠시 바라보다 코노하마루가 얘기를 꺼냄.


"여기 오기 전에는 할아버지한테 기도드리고 왔어요."

칸쿠로가 살짝 움찔하는게 보였음

 

"그리고 할아버지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칸쿠로가 고개를 들고 코노하마루를 봄. 당황한 표정이었음 


"뭐가 미안한데?"

"할아버지를 잊고 있었던게. 잊어 버리려고 했던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

"그리고 형한테도 미안해요."

"뭐가 미안한데?"

"화내서 미안하다고요."

"그건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화낼 일이었어."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미안한걸."

".........."

 

 

둘은 묘지를 아무말 없이 걸음. 묘지엔 여러 사람이 묻혀있었다. 나뭇잎 무너뜨리기 당시 죽었던 사람들도 있음. 한참을 걷다가 칸쿠로가 먼저 입을 열었음.

 

"우리 아버지는 너네 할아버지하고는 달라죽었다고 해서 딱히, 이렇게, 별로 슬퍼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하지만 슬펐잖아요."

".........."

"슬퍼할 만한 사람이라던지, 슬퍼할 자격이라던지.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슬프면 슬픈거고... 그렇게만 생각할래요.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펐고, 형은 형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펐고."

"뭐가 그렇게 단순해."

"더 따져서 뭐하겠어요. 어쨌든간에 나뭇잎은 모래마을과 화해했고, 이제 평화의 시대를 나아가려는 참인데."

".........."

", 나는 이제와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덮어버리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그냥 배운 거에요. 나뭇잎과 모래마을의 관계가 어떻던 간에 나는 할아버지를 다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픈걸요. 그냥 슬프다는 것 뿐이에요. 슬프니까 모래마을이랑 다시 전쟁해야한다던지, 형도 슬퍼야 한다던지. 그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고요.

 이게 내 판단이고 선택이에요."

"멋있는 단어 쓰네."

"히히히."


 장난스럽게 웃는 코노하마루를 보니 칸쿠로는 아주 오래전 일이 떠오름. 중급닌자시험때문에 처음으로 나뭇잎에 와서 어린애 멱살을 잡았던 일...

칸쿠로는 그 때에 비해 뭐가 달라졌는지를 생각해봄

 

"이젠 멱살잡고 들어올릴 수가 없네."

"으엉?!"

"그냥 그렇다고."

"?!"


코노하마루는 돌아가는 길에 가아라한테 인사하고 돌아감. 테마리에게 듣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파악한 상태였던 가아라는, 칸쿠로와 코노하마루가 돌아오자마자 칸쿠로가 얼마나 맞았는지를 살폈음그런데 생각보다 멀쩡해서 놀람

코노하마루는 다음 번에 나뭇잎마을 오면 같이 시노형 만나러가자고 한 뒤 돌아간다. 코노하마루가 가고난 후 가아라는 칸쿠로가 혹시 옷으로 가려진 부분을 맞았냐고 한 번 더 물어봄.

 

 "어어.. 영혼은 탈탈 털린 기분이네."


관용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 가아라에게 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안심시킨뒤 테마리에게 잘 해결됐다는 연락을 보냄.

 

 

 

~~

 


 

 

칸쿠로가 시노와 접접이 있다는 사실과, 오로치마루에게 할아버지를 잃은 코노하마루가 그 자식을 가르치게 된다는 사실이 머리속에서 맞부딪히며 태어난 얘기.. 어디선가 나루토가 증오의 연쇄를 끊으려고 노력했고, 이루었다는 표현을 보고 넘 멋있어서 비슷한 느낌 내려고 노력했음. 비록 만화에선 좋은게 좋은거 하면서 넘어가버렸지만 코노하마루 내적에는 오로치마루의 자식을 맡게 되게까지 많은 상처와 성장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함. 거기에 코노칸이라는... 나의 욕망을 끼얹었다. 코노칸 너무 좋다.





17년 6월쯤에 풀었던 썰인데 마음에 들어서 약간의 수정 재업

Posted by 버잘디